"일하지 않는 자, 복지 없다"…실업 대란에 영국 '초강수'

입력 2023-11-17 16:23   수정 2023-11-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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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최대 110만명의 실업자를 ‘강제로’ 노동시장에 복귀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복지 제도 손질 작업에 나섰다. 18개월 이상 구직활동에 임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 혜택 등을 대폭 줄이겠다는 엄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는 노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나라 곳간이 비교적 넉넉해진 만큼 상속세율을 인하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경기 활성화도 도모할 계획이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고비용?저효율이 만연했던 1970년대 ‘영국병’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납세자 노고에 편승 말라”
16일(현지시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오는 22일 의회에 제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Autumn Statement)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백 투 워크’(back to work) 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최근 18개월 이상 구직에 실패한 실업자들은 면접이나 코칭?상담 프로그램 등에 의무적으로 임해야 한다. 6개월 동안 이를 거부하면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른 치과 치료 등 무료 의료 서비스 △법률 서비스 지원 △에너지?통신 요금 할인 △장례?여행 비용 지원 등 복지 혜택이 즉시 중단된다. 다만 어린이나 장애인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25억파운드(약 4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향후 5년간 최대 110만명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헌트 장관은 “성장 둔화는 심각한 문제이며,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은 도움받을 권리가 있지만, 납세자들의 노고에 편승하려는 이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노동연금부(DWP)의 멜 스트라이드 장관은 “더 많은 사람이 일을 시작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차세대 복지 개혁은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는 인구수는 870만명이 넘는다. 이중 건강 악화를 이유로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한 경우가 26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에만 50만명 이상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다. 지난 5~7월 기준 30만명이 1년 넘게 실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계에선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속세 최대 절반 인하 검토
영국 정부는 상속세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감세가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만큼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월 기준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년 만에 최저치인 4.6%까지 떨어졌다.

나라 곳간이 비교적 풍족해져 감세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후 40%의 세율로 부과되는 영국의 상속세 수입은 현재 연간 70억파운드(약 11조2769억원)로 집계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축소 차원에서 65억파운드의 재정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규모가 130억파운드까지 늘어날 거란 관측까지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한 영국 집권 보수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기업친화적 개혁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거브 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21%로, 야당인 노동당(4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헌트 장관은 국가 재정 상황이 허락한다면 대대적인 감세와 개혁을 단행해 장기 성장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대처리즘(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신자유주의 개혁 정책)’ 신봉자로 분류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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